유럽연합과 중국의 속셈: 전략, 이해관계, 그리고 미래
21세기 세계 질서의 중심에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이라는 세 개의 거대한 세력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유럽연합과 중국은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높은 동시에, 정치·외교적 이해관계에서는 미묘한 긴장과 협력을 반복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첨단기술 강국’으로 변모하며 새로운 국제질서를 주도하려 하고, 유럽연합은 미국과의 전통적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측의 속셈을 분석하는 것은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 핵심이다.
1. 유럽연합의 속셈: 경제적 이익과 전략적 자율성
(1) 경제적 현실주의
유럽연합은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초국가적 공동체로, 세계 GDP의 약 17~18%를 차지하는 경제권이다. EU는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을 위해 글로벌 시장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주요 제조업 중심 국가에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다.
**독일은 중국에 자동차, 기계, 화학약품을 대량 수출한다.
**프랑스는 항공기, 고급 소비재, 식품 산업에서 중국과 협력을 확대 하고 있다.
**남유럽 국가들은 관광 및 농산물 수출에서 중국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EU의 속셈은 뻔하다. 중국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 하면서도
지나친 의존으로 인해 전략적 위험에 빠지지 않으려는 것이다.
2) 전략적 자율성 확보
EU는 미국과 안보 동맹을 유지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에 무조건적으로 따르기를 원하지 않는다. 특히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강조하며, 유럽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독립적인 노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EU가 단순히 미국의 외교정책을 추종하지 않고, 독자적인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이려는 속셈을 보여준다.
(3) 공급망 다변화
팬데믹 이후, EU는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공급망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원료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필요를 넘어, 유럽의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지키려는 전략적 속셈이다.
2. 중국의 속셈: 경제적 확장과 국제질서 주도
(1)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중국은 2013년부터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를 추진하며 유럽을 주요 파트너로 설정했다.
**중앙 아시아와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 되는 철도 물류망을 확대.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 등, 유럽의 주요 항만을 인수 투자.
**동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인프라 건설 및 차관 제공.
중국의 속셈은 분명하다. 유럽을 통해 세계 무역 네트워크를 완성하고, 장기적으로 미국 중심의 해상 교역 질서를 대체하려는 것이다.
(2) 기술 협력과 시장 확대
중국은 유럽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자국의 첨단 산업을 강화하려 한다. 특히 전기차, 5G, 인공지능,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유럽 기업과의 협력은 중국의 산업 업그레이드에 필수적이다. 동시에 중국은 자국 제품의 유럽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여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 한다.
(3) 정치적 영향력 강화
중국은 유럽 내부의 균열을 활용하려는 전략을 취한다.
**동유럽 및 남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투자와 금융 지원에 적극적이다.
**반면 서유럽은 중국의 인권 문제와 안보 위협을 우려 한다.
이러한 차이를 이용해 중국은 EU 내부의 결속을 약화시키고, 개별 국가와의 양자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자신에게 유리한 외교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
3. EU와 중국 관계의 긴장 요소
(1)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
유럽연합은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한다. 홍콩 문제,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대만 해협 문제에서 EU는 중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왔다. 그러나 동시에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실제 행동은 제약된다. 이는 유럽 내부에서도 ‘가치 중심 외교’와 ‘이익 중심 외교’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킨다.
(2) 미국과의 압력
미국은 동맹국인 EU가 중국과 밀착하는 것을 경계한다. 반도체, 인공지능, 군사 기술 등 전략적 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EU에 ‘디커플링(decoupling)’을 요구한다. 따라서 EU는 미국의 압력을 피하면서도 중국 시장을 유지하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3) 무역 불균형
EU와 중국의 무역 관계는 불균형적이다. 유럽은 중국 시장에 자동차, 기계, 화학제품을 수출하지만, 중국산 저가 공산품과 첨단 기술 제품의 유럽 수출이 더 크다. 특히 전기차, 태양광 패널,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유럽 기업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4. 미래 전망: 협력과 갈등의 공존
(1) 경제 협력은 지속
경제적 상호 의존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유럽 기업들은 중국 시장의 매력 때문에 완전한 탈중국 전략을 취하기 어렵다. 따라서 EU와 중국은 경제적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부분적인 갈등을 관리하는 관계를 지속할 것이다.
(2) 전략적 경쟁 심화
기후 변화 대응, 디지털 전환, 에너지 안보 등 글로벌 현안에서 EU와 중국은 협력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경쟁도 불가피하다. 특히 기술과 산업 표준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3) 지정학적 변수
대만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대중 정책 등 외부 요인에 따라 EU와 중국의 관계는 급격히 변화할 수 있다. 유럽은 안보 측면에서 미국과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지만, 경제적 이익 때문에 중국과의 연결을 끊지는 못할 것이다.
결론
유럽연합과 중국의 속셈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이나 외교적 협력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유럽은 경제적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 반면 중국은 유럽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고, 미국 중심 질서를 대체하려는 장기 전략을 추구한다.
결국 양측 관계는 ‘협력과 갈등의 공존’으로 요약된다. 경제적으로는 긴밀히 연결되지만, 정치·외교적으로는 서로 경계하며, 미국이라는 제3자의 변수에 따라 언제든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이러한 복합적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의 국제정세를 전망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